정영기의 '가을비'에 '봄비'로 화답하는 문병란
-2019년 화순신문 원고-
정영기의 「가을비」 에 「봄비」 로 화답하는 문병란
「추적추적 가을비 내리는 날엔/모락모락 김이 나는 커피 향이 그립다./빗물이 창을 타고 흘러내리는/베네치아 커피숍 창가에 마주 앉아/오가는 대화 속에 사랑은 몸으로 베었다.
속리산 문장대 오르던 날/빛바랜 떡갈나뭇잎/가을비와 함께 흩날리던 낙엽길/이제는 그림자마저 떠나 가버린/낙엽을 떨쳐내는 짙은 서러움이/커피향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것은/연민의 정」
-정영기 「가을비」 전문
「무슨 숨겨놓은 추억 같은 아련한 그리움과 향수가 조금은 센티 멘탈 하다. 인생은 역시 나이 들면 뒤돌아보는 시간이 아름답다. 커피 한 잔의 여운을 관조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고 시가 아닐까. 정 선생의 가을비에 답하여 봄비를 쓰오.」 -문병란, 육필지도 내용 중-
「나이 들면/슬퍼하기도 쑥스럽다./더욱 사랑하는 일 어렵다./추억아, 가을비 오는 이 아침/너는 저만치 물렀거라./늙었다고 너마저 얕보고/내 커피잔을 엎질러 놓느냐.
실없는 생각/창밖을 보니/봄비가 살금살금/내리고 있구나.
동구 밖 매화가/날 부르나 보다.」
-문병란, 「봄비」 전문
위에 소개한 시는 정영기 아동문학가의 「가을비」에 문병란 시인이 화답하는 「봄비」 이다. 정 선생님은 7순의 나이에 문병란 교수님이 개설한 시 창작 실기론 강의에 참여하여 100편이 넘는 작품을 써서 지도를 받았다. 그때마다 문 교수님은 육필로 지도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고 아동문학가인 정영기를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으셨다. 그중 종강을 앞두고 제출한 작품에는 시로 화답하는 옛 한량의 아량을 보이셨는데 그것을 접한 나는 만감이 교차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회복해야 할 선비정신이요 문학인이 걸어야 할 선비 문학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듯하여 소개한다.
이성교
한국문인협회 회원
화순문협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