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소통방/우리들 이야기

진욱이 보낸 편지

루스드라 2025. 3. 15. 11:51

진욱이야기

새창으로 읽기
이메일주소 접기보낸사람lsgdol<lsgdol@daum.net>주소추가수신차단25.02.24 (월) 16:22받는사람lsgdol<lsgdol@daum.net>주소추가

아버지. 제가 연락은 자주 못드리지만 자식을 낳고 기르다보니 아버지 어머니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이럴때 어떻게 하셨지, 이럴땐 뭐라고 말씀하셨을까 자주 생각합니다. 2~30대 시절까지도 어린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버지를 속으로 원망하고 서운하게 생각한적도 자주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서운한것보다 어머니 아버지에게서 받은것들, 감사한 기억들만 생각이 납니다. 하나님께서 그동안 저를 치유하시고 쓴마음과 삐뚤어진 생각들을 바로잡아주심으로 말미암은 큰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진호랑 둘이 나란히 츄리닝을 맞춰 주셨던 것, 갖고 싶었던 자전거를 사주셨던 것, 고금남교 운동장에서 정구(테니스)를 배웠던 것, (그땐 싫었지만) 등산을 다녔던 것, 바닷가에서 텐트치고 잤던 것, 방학동안 사자소학을 배웠던 것, 선생님이신 아버지 덕분에 학교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듯 다니며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등등 모두 다 저에게 소중한 기억들이고 그 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왔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아버지도 이제 저에게 안쓰럽거나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혹여 그 보다 더 나은 길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주어진 여건과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해 잘 키워주셨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도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고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과 저 사이에는 늘 좁히기 어려운 거리가 있더라고요. 경험하거나 배워보지 않은 마음의 교류를 하는 것이 저에게는 늘 어렵습니다. 이것으로 인해 좌절하고 낙심할 때도 많아요. 하지만 적어도 아버지 어머니가 저와 진호를 기르셨던 것들을 나침반 삼을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저에게 진 빚이 없어요. 그러니 아버지도 여기서 자유로워 지셨으면 좋겠어요. 과거로 인해 불편하고 후회되는 일이 있으시다면 하나님께 맡겨드리세요. 물론 아버지와 비슷한 성격과 성질, 저도 똑같이 갖고 있고 후회될 때가 많고 고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 괴로울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아버지 스스로의 책임으로 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로부터, 또 그 위로부터 물려받으신 것이니까요. 아버지가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미래를 소망하며 평안할 수 있는 길을 찾으시면 저도 또 그 뒤를 따라서 그 길을 갈 수 있을거에요. 조안이 강물이는 더 쉽게 갈수 있겠죠. 그러니, 과거에 매이지 마시고 자식들과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이제 앞으로 더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께서도 그토록 원하시고 또 하나님께서도 바라시는, 우리 집안에 대물림되는 억눌린 감정의 사슬을 끊는 것의 시작이 이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가 앞장 서 주시길 부탁드려요.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리고 잘 키워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