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문학 23년 탄광 특집 시>
화순탄광 종업식(17)
이성교
화순은 탄광, 탄광은 석탄, 석탄은 무연탄
사회책 속에서 그림의 떡 보듯 외우다 들은
연탄불에 밥솥 얹어 놓고
때가 지나도록 이야기만 나누던 주인이
밥상 들고 들어온다는 구공탄 이야기는
화순광업소보다 더 신비롭게 가슴을 설레게 했다
온 마을이 시끌벅적했던 화순탄광 1호 광부가 나오고
동면, 한천, 이양, 동복에서도 탄을 캔다는 소문이 들리고
능주역과 이양역에 산더미 같이 쌓인 석탄을 보고
불 달린 안전모 쓴 광부를 처음 보고
나뭇간 빈자리에 무연탄을 쌓던 일은
그림 속에 갇힌 신비의 문이 하나씩 열리는 날이었다
불붙인 나뭇가지에 구공탄 올려놓고
훌쩍거리는 코끝에 검은 연지 찍어가며
볼이 터지도록 불어넣은 입바람에
이산화탄소를 내 품으며 솟아오른 아홉 구멍 불꽃은
심중深重에 남은 신비가 타오르는 축화祝火였다
대한민국 1호 탄광,
대한민국 산업화 1등 공신
호남 제1의 직장
광부 일천육백여 명이 북적대던 전국 4대 탄광
한 세기를 풍미風靡한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는
지구온난화 주범의 굴레를 쓴 채
타다남은 연탄재 살가운 정 서민 곁에 두고
남겨진 광부 260여 명 목울음 속에
2023년 6월 30일 118세 노령으로 종업했단다
‘광부 여러분!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닭똥 같은 눈물이 플래카드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