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리흰돌문학관

흰돌문학관/좋은 시 모음 4

봄의 제전

봄의 제전(祭典)입력 : 2025.02.16 21:28 수정 : 2025.02.16 21:37이설야 시인뉴스플리마침내 겨울은 힘을 잃었다여자는 겨울의 머리에서왕관이 굴러떨어지는 것을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켜보았다이제 길고 지리한 겨울과의 싸움은 지나갔다북벽으로 이어진 낭하를 지나어두운 커튼이 드리워진 차가운 방에얼음 침대에겨울은 유폐되었다여자는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왕관은 숲속에 버려졌다겨울은 벌써 잊혔다오직 신생만을 얻기 바랐던재투성이 여자는봄이 오는 숲과 들판을 지나다시 아궁이 앞으로 돌아왔다이제 이 부엌과 정원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오직 그것만이 분명한 사실이었다송찬호(1959~)험난했던 겨울은 마침내 “힘을 잃었”다. 어리석고 난폭한 왕의 머리에서 “왕관이 굴러떨어지는 ..

꼬부랑 할머니

꼬부랑 할머니강 위 덕 꼬부랑 할머니가 한글 첫 자음 "ㄱ"자를 그리며섬돌 고샅길에 몸을 접는다등에는 짐짝처럼 하늘을 지고손에 쥔 지팡이로 하늘의 무게를 가늠하는데걸을 때마다 지팡이는왼발과 오른발 사이에서 세월의 각도를 조정한다기하학 박사 뺨치는 소리가뼈마디 사이에서 함께 맞물리고 있다  자신마저 힘겨워하는 켄타우루스가 겨울의 야산을 넘듯꼬부랑 할머니의 질기디 질긴 억보가굽은 등을 넘고 있다  해설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마을에 살았습니다.   둘이는 서로 서로 사랑 했지만 겉으로는 모르는척 하였습니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사랑의 비법을 아는 듯 했습니다.   사랑을 꼴인 하려면 숨바꼭질을 잘 해야 합니다.   숨바꼭질은 너무 꼭꼭 숨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술래가 적당히 찾을 수 있는 곳에 숨어야합니다..

인생 시 모음/무자천서(자연의 책)에서 옮김

+ 간단하다 검은 리본 속 사진 입 언저리 파르르 떨며 무언가 말을 할 듯 말듯 하다 땅을 파고 하관하고 마지막을 햇살이 덮어버린다 누군가 나직이 말한다 착한 일 많이 했으니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간단하다 일생이 너무나 간단하다 (임강빈·시인, 1931-) + 발자국 바닷가 모래밭에서 외줄기 발자국을 본다. 문득 무언가 하나 남기고 싶어진다. 바람이 지나고 물결이 스쳐 모든 흔적이 사라져도 자그만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 (박두순·시인, 1950-) + 인생 너무 크고 많은 것을 혼자 가지려고 하면 인생은 불행과 무자비한 칠십 년 전쟁입니다 이 세계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닙니다 신은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평화와 행복을 위하여 낮에는 해 뜨고 밤에는 별이 총총한 더없이 큰 이 우주를 그냥 보라고 내주었..

좋은 시/무자천서(자연의 책)에서 옮김

ㅡ헤르만 헤세ㅡ 숲 가의 가지들 금빛에 타오를 때 나는 홀로 길을 갑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몇 번이나 둘이서 걸었습니다 이 좋은 날에 오랫 동안 마음에 지니고 있던 행복도 슬픔도 나에게서 이제 먼 향기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잔디풀 태우는 연기 속에서 농부의 아이들이 뛰어 놉니다 거기 나도 끼어들어 어린이와 더불어 가락 맞춰 노래 합니다 ★내가 만든 꽃다발 -삐에르 드 롱사르- 활짝 핀 꽃을 꺾어서 꽃다발을 바칩니다 이 저녁 꺾지 않으면 내일이면 시들 이 꽃들을 그대는 이걸 보고 느끼겠지요 아름다움은 머지않아 모두 시들고 꽃과 같이 순간에 죽으리라고 그대여 세월은 갑니다 세월은 갑니다 아니 세월이 아니라 우리가 갑니다 그리고 곧 묘비 아래 눕습니다 우리 속삭이는 사랑도 죽은 뒤에는 아무 것도 아니랍니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