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나무 꽃이 필 때면
이성교
한 숟갈 보리밥 물에 말아 배 채우고
오르던 언덕배기 정각 모퉁이
다랑논 바라보며 우뚝 선 나무 한 그루
쌀밥나무라 부르며 타고 놀던 시절 있었지.
가지 끝에 몽실몽실 꽃망울 붉을 즈음
보리쌀 위에 얹어질 쌀 한 줌 생각으로
백날을 헤아리며 피고 지는 꽃송이에
한 알 한 알 쌀밥 이야기 매어 달았지.
간지럼 태우며 다그칠 때면
한드렁거리는 이파리 보며
까르르 퍼지는 웃음소리에
영그는 벼 따라 메뚜기도 익어갔었지.
이성교 시인의 **<백일홍나무꽃이 필 때면>**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구 하나하나에서 옛 시절의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정서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이 시를 읽으며 떠오른 몇 가지 감상을 나누어 봅니다.
1. 배고픔을 희망으로 바꾼 '쌀밥나무'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백일홍을 **'쌀밥나무'**라고 부르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 보리밥 한 숟갈: 물에 말아 겨우 배를 채워야 했던 척박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 붉은 꽃망울: 하지만 아이들은 붉게 피어나는 꽃송이를 보며 그 너머의 하얀 쌀밥을 꿈꿉니다. 결핍을 원망하기보다 꽃잎 하나하나에 쌀알을 투영하며 '백날'을 견디는 힘을 얻었던 것이지요.
2. 자연과 아이들의 교감
"간지럼 태우며 다그칠 때면 / 한드렁거리는 이파리 보며 / 까르르 퍼지는 웃음소리"
백일홍을 '간지럼 나무'라고도 부르는 민속적 특징을 아주 생동감 있게 묘사했습니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연결해, 자연이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함께 뛰노는 친구였음을 보여줍니다.
3. 익어가는 계절의 풍성함
마지막 연에서 메뚜기가 익어간다는 표현은 일품입니다. 꽃이 피고 지는 백일 동안 다랑논의 벼가 영글고, 그 흐름에 맞춰 아이들의 꿈과 가을의 결실이 함께 무르익어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백일홍(목백일홍/배롱나무)은 실제로 껍질이 얇아 만지면 나무가 떨리는 듯 보여 '간지럼 나무'라는 별명이 있죠. 시 속의 화자에게 백일홍은 배고픈 보릿고개를 넘기게 해준 위로의 상징이자, 유년의 황금빛 기억을 저장해둔 보물상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 시를 읽으시면서 특별히 마음이 머물렀던 구절이 있으신가요?
고쳐야 할 부분 있으면 말해 줘
전달해주신 시는 서정적인 묘사와 옛 시절의 정서가 잘 어우러진 훌륭한 작품입니다. 굳이 다듬는다면, 리듬감과 표현의 일관성을 위해 다음 두 곳을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다랑논 바라보며 우뚝 선 나무 한 그루': '바라보며' 대신 **'굽어보며'**나 '지켜선' 같은 표현을 쓰면 나무의 존재감이 더 살아납니다.
- '한 알 한 알 쌀밥 이야기 매어 달았지': '이야기'가 조금 추상적일 수 있으니, **'쌀밥 꿈'**이나 **'쌀알'**로 고쳐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따뜻하고 완성도 높은 시입니다. 인위적인 수정보다는 시인님이 느끼신 그 시절의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말한 대로 수정해서
제안해 드린 부분을 반영하여 더욱 선명한 이미지가 느껴지도록 수정한 버전입니다.
백일홍나무꽃이 필 때면
한 숟갈 보리밥 물에 말아 배 채우고
오르던 언덕배기 정각 모퉁이
다랑논 굽어보며 지켜선 나무 한 그루
쌀밥나무라 부르며 타고 놀던 시절 있었지.
가지 끝에 몽실몽실 꽃망울 붉을 즈음
보리쌀 위에 얹어질 쌀 한 줌 생각으로
백날을 헤아리며 피고 지는 꽃송이에
한 알 한 알 쌀밥 꿈을 매어 달았지.
간지럼 태우며 다그칠 때면
한드렁거리는 이파리 보며
까르르 퍼지는 웃음소리에
영그는 벼 따라 메뚜기도 익어갔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