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리흰돌문학관

흰돌문학관/수필

화순군민신문 원고

루스드라 2020. 8. 2. 15:30

<화순군민신문 원고>

2020. 7. 23

 

정영기의 가을비 봄비 로 화답하는 문병란

 

추적추적 가을비 내리는 날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커피 향이 그립다.

빗물이 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베네치아 커피숍 창가에 마주 앉아

오가는 대화 속에 사랑은 몸으로 베었다.

속리산 문장대 오르던 날

빛바랜 떡갈나뭇잎

가을비와 함께 흩날리던 낙엽길

이제는 그림자마저 떠나 가버린

낙엽을 떨쳐내는 짙은 서러움이

커피향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것은

연민의 정

-정영기 가을비전문

 

나이 들면

슬퍼하기도 쑥스럽다.

더욱 사랑하는 일 어렵다.

추억아, 가을비 오는 이 아침

너는 저만치 물렀거라.

늙었다고 너마저 얕보고

내 커피잔을 엎질러 놓느냐.

실없는 생각

창밖을 보니

봄비가 살금살금

내리고 있구나.

동구 밖 매화가

날 부르나 보다.

-문병란, 봄비전문

 

무슨 숨겨놓은 추억 같은 아련한 그리움과 향수가 조금은 센티 멘탈 하다. 인생은 역시 나이 들면 뒤돌아보는 시간이 아름답다. 커피 한 잔의 여운을 관조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고 시가 아닐까. 정 선생의 가을비에 답하여 봄비를 쓰오.

-문병란, 육필지도 내용 중-

 

위에 소개한 시는 정영기 아동문학가의 가을비에 문병란 시인이 화답하는 봄비이다. 정 선생님은 7순의 나이에 문병란 교수님이 개설한 시 창작 실기론 강의에 참여하여 100편이 넘는 작품을 써서 지도를 받았다. 그때마다 문 교수님은 육필로 지도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고 아동문학가인 정영기를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으셨다. 그중 가을비는 종강을 앞두고 제출한 작품으로 봄비로 화답하는 한량의 멋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접한 나는 만감이 교차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회복해야 할 선비정신이요 문학인이 걸어야 할 선비 문학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듯하여 소개한다.

 

이성교

한국문인협회 회원

화순문협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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