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리흰돌문학관

흰돌문학관/동화 4

유학을 떠난 막내 삐아기

동화 유학을 떠난 막내 삐아기 이성교 한적한 시골집 마당 구석에 자리 잡은 닭장 곁을 지나던 따사로운 봄볕이 닭장 안을 기웃거립니다. 어미 닭이 품고 있는 알에서 노란 병아리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톡 톡” “틱 틱”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 나오려고 내는 소리입니다. 어미 닭이 밖에서 부리로 껍질을 조심스럽게 쪼면 안에 있는 병아리도 소리를 내어 제 부리가 있는 위치를 어미 닭에게 알려줍니다. “부리가 개나리 꽃봉오리처럼 예쁘네” 병아리가 깨어나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햇볕이 속삭이듯이 중얼거립니다. 얼마 동안을 어미 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쪼아대자 겨우 부리가 나올 정도의 구멍이 생깁니다. 그 구멍을 뚫고 개나리 꽃봉오리처럼 앙증맞은 부리만 밖으로 내놓은 병아리가 가는 숨을 깔딱거립니다. 어미 닭과 병..

훈이의 기도

훈이의 기도 이성교 훈이는 자기도 모르는 힘의 소용돌이에 빠져듭니다. 마치 토네이도와 같은 바람에 휘말려 순식간에 내동댕이쳐진 느낌입니다. 그러나 그런 소용돌이를 겪으면서도 정신은 말똥말똥합니다. 어디선가 세상에서는 맡아보지 못했던 향기로운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갑자기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가 싶더니 기분이 상쾌해지면서 정신이 맑아집니다. 천근만근같이 무거운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집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둘러보니 자기가 있는 곳은 온통 밝고 빛난 빛으로 가득합니다. 눈을 들어보니 높고 높은 곳에는 거룩하신 분이 앉으실 듯한 의자가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찬란한 빛이 비치는데 안에서는 불덩어리와 같은 것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 빛은 얼마나 밝은지 눈을 똑바로 뜰 수가 없습니다..

봄꽃의 비밀

(동화) 봄꽃의 비밀 이성교 차창 밖으로 아빠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누나 조안이와 강물이는 그런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힘껏 흔듭니다. 기차가 미끄러지듯이 플랫폼을 빠져나가자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서야 누나 조안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실감합니다. 그런 누나와는 상관없이 강물이는 무척 즐거운 표정입니다. 차창에 비치는 자기의 얼굴을 보면서 온갖 표정을 짓습니다. 웃다가 갑자기 찡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대다가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강물이가 신바람이 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원하고 원하던 할아버지댁에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누나 조안이도 아빠와 함께 기차에 오를 때까지는 들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빠가 내려가시고 기차가..

별이왕자

동화 별이 왕자 이성교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면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커지고 먼 산에 아지랑이가 가물거리기 시작합니다. 산허리에 숨어 핀 진달래의 붉어진 얼굴에서도 길가에 휘늘어진 개나리 노오란 치마 자락에서도 봄은 설이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혼자서 집을 보던 설이는 뒷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이웃에 사는 돌이랑 함께 가자고 했을 텐데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혼자 올랐습니다. 뒷동산에는 파아란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설아, 안녕” 새싹이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설이는 새싹의 인사에도 별로 기분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봄바람이 솔이의 볼을 간지르며 지나갔습니다. 설이는 아직 잠이 들어 있는 잔디 위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