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리흰돌문학관

흰돌문학관/수필 10

만괴정(晩槐亭)의 추억

만괴정(晩槐亭)의 추억 이성교(동화작가) 만괴정은 화순군 도곡면 죽청리 1구에 있는 정자다. 단층의 팔작지붕 골기와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이다. 1589년(선조 22)의 기축옥사(己丑獄事)*로 멸문지화를 당하게 된 이대립(李大立)이 13세 때 이곳으로 피난 은둔하여 생명을 보존하여 정착하게 되었는데 그 내력을 기리기 위하여 9세손 이경호(李京鎬)가 건립하였다. 만괴정은 이름에서 볼 수 있는 괴목이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만괴정원기(晩槐亭原記) 앞부분에서 이경호는 다음과 기록하였다. ‘여수(汝水) 서쪽 이십 리(二十里 ) 영벽강(映碧江) 가에 마을이 있어 죽청(竹靑)이라 부 르니 곧 우리 9대 조고 죽계공(竹溪公)의 은둔한 곳이다. 자손들이 인하여 이에 거(居) 한지 전후 수백 년간에 자자손손이 승승..

소리의 위력

(화순예술지 원고) 소리의 위력 이성교 우리는 가끔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쓴다. 그것은 말 즉 소리의 위력을 나타내는 속담이다. 말은 자신이 먼저 듣고 마음에 씨앗이 되어 자라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말은 좋은 씨앗이 되고 부정적인 말은 좋지 않은 씨앗이 된다는 말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우리의 말을 듣고 귀에 들린 대로 행하신다고 하셨다. 이는 말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오래전에「하나님의 권능이 임하는 부르짖는 기도」라는 책을 읽었다. 작가의 체험을 중심으로 쓴 1권에서 말하는 중심내용은 ‘기도는 성경의 명령이며 약속이다. 부르짖음에서 하늘의 구원이 시작된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문제가 있을 때면 부르짖었고, 그때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원망하는 사람들은 부르짖지 않는다.’..

너에게 주석 자리를 맡기고야 말겠다.

‘너에게 주석 자리를 맡기고야 말겠다’ SNS 퍼가기 2021.12.06 15:39 입력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예부터 임금 자리는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제왕의 자리는 보통사람이 맡아서 감당할 만한 만만한 위치가 아니다. 우리는 무능한 왕(대통령)이 통치하는 나라가 얼마나 불행했는가를 역사를 통해 여러 번 겪은 바 있다. 고대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되는 요와 순(堯舜)은 자기 자식이 아닌 훌륭한 인재를 찾아 선위(禪位)했다. 요임금 시대 백성들은, 임금이 있어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살만큼 평안한 삶을 구가했다. 당시 하남성 기산이란 곳에 은거해 살던 허유(許由)와 소부(巢父)의 이야기는 오늘날도 흥미롭게 회자된다. 그들은 인위적인 세상을 싫어하며, 유유자적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어머니의 마음

(화순문화원 투고) 어머니의 마음 이성교 (화순문협 감사) 귀촌한 지 6년째 시골살이를 하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가끔 들르던 둘째 아들이 우리와 10여 일을 지내고 돌아가는 아침이다.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준비해 둔 반찬과 과일을 챙겨주며 가지고 가라는 아내와 안 가져가겠다는 아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것을 지켜보는 내 머릿속에서는 10대의 내 모습이 어른거린다. 아니 이미 나의 유체는 이탈해서 내 어릴 적 어머니와의 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오랜만에 아들이 오자 아내는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냉동실에 아껴 두었던 재료들을 꺼내어 매끼 마다 새로운 반찬을 만들어 상을 차렸다.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넉넉하게 만들어 따로 남겨두기도 했다. 아내는 아들이 돌아갈 때 챙겨 줄 요량으로 그런 것이..

화순군민신문 원고

2020. 7. 23 정영기의 「가을비」 에 「봄비」 로 화답하는 문병란 추적추적 가을비 내리는 날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커피 향이 그립다. 빗물이 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베네치아 커피숍 창가에 마주 앉아 오가는 대화 속에 사랑은 몸으로 베었다. 속리산 문장대 오르던 날 빛바랜 떡갈나뭇잎 가을비와 함께 흩날리던 낙엽길 이제는 그림자마저 떠나 가버린 낙엽을 떨쳐내는 짙은 서러움이 커피향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것은 연민의 정 -정영기 「가을비」 전문 나이 들면 슬퍼하기도 쑥스럽다. 더욱 사랑하는 일 어렵다. 추억아, 가을비 오는 이 아침 너는 저만치 물렀거라. 늙었다고 너마저 얕보고 내 커피잔을 엎질러 놓느냐. 실없는 생각 창밖을 보니 봄비가 살금살금 내리고 있구나. 동구 밖 매화가 날 부르나 보다. -문병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