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리흰돌문학관

흰돌문학관/시작노트 10

화순탄광 종업식

화순탄광 118과 260 우리 고장에 탄광이 있는 것을 안 것은 초등학교 5학년 사회책에서다. 그곳이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고 외웠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연탄도 책에 그려진 그림으로 보았다 그때 우리는 나무에 불을 지피며 살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손님과 이야기만 나누던 주인이 밥상을 들고 들어온다는 딴 세상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들었다. 그때부터 도시에 가서 밥을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광업소이고 연탄의 신비로움이다. 우리 마을에도 광부가 나왔다. 화순광업소라고 쓴 통근차가 지나다녔다. 연탄표도 돌았다. 그 표를 사기 위해 순번을 기다렸다. 우리 집에 연탄을 들어온 것은 그 무렵의 일이다. 그것도 소죽을 끓여주는 작은방에만 연탄 아궁이를 놓았다. 당신의 일이 항상 우선순위였던..

대푸른마을

대竹푸른靑마을理 임시1 무등산 정기 받아 뫼봉재 솟아오른 비봉포란형飛鳳抱卵形 명당 터 광산이씨 이백여 호 자작일촌 능주 화순 굽이쳐온 두물머리 삼각지 잔디 푸른 강변의 은빛 모래톱 맑은 물에 멱감고 두꺼비집 짓던 곳 코스모스 목 늘여 반기던 돌서더릿길 자동차 소리 요란한 아스팔트에 묻히고 징검다리 여울목 콘크리트 다리 지나면 발길 붙드는 고샅길 낯선 풍경 후미진 흙담집은 푸서릿길 오래련만 큰 대밭, 그네 매던 소나무 너만 홀로 푸르구나 대竹푸른靑마을理 임시2 비봉포란형飛鳳抱卵形 명당 터 광산이씨 이백여 호 자작일촌 무등산 정기 받아 솟구친 뫼봉재 능주 화순 굽이쳐온 두물머리 삼각지 잔디 푸른 강변 은빛 모래톱에 이르고 맑은 물에 멱감고 두꺼비집 짓던 곳 코스모스 목 늘여 반기던 돌서더릿길 자동차 소리 요..

화전놀이

화전놀이 자태 곱던 해송 그늘 유년의 뒷 가끔 북 장단 장구춤 흥겨운 춘 4월, 봄놀이 한마당. 화전 팔던 용산댁 뻐드렁니 드러내며 복사꽃보다 더 곱게 미소 짓던 그 모습, 유년의 추억 한 켠. 돌고 돌아 찾은 그리움 잡초에 묻힌 아련함 눈가에 맺힌 이슬 한 방울 화전놀이 2 해송에 둘린 뒷 가끔 어른들 북장단 장구춤 익어가는 춘 4월 햇볕 따스한 날 덩달아 춤추던 기억 저편에 화전 사주시던 모산 할머니 주름진 얼굴, 드러난 뻐드렁니 사이로 복사꽃처럼 고왔다. 개나리꽃에 물든 노오란 얼굴에선 진달래 예쁜 입술 꽃 피고 그윽하게 바라보시던 눈빛 그것은 사랑이었다. 동네 할머니들의 사랑은 그렇게 우리의 유년을 키웠다. 허기를 채웠다. 화전놀이 3 자태 곱던 해송 그늘 유년의 뒷 가끔 북장단 흥겨운 춘 4월 ..

빈집 풍경(시작 중)

빈집 1 벽돌담 넓어진 고샅길 끝 후미진 자드락에 세월의 무게에 눌린 흙담집 한 채 목 빼고 선 살구나무 떠난 주인 기다리다 늘어진 어깨 지붕 덮어 가리 우고, 거미줄로 얽어 둔 구멍 뚫린 바람벽엔 가족들 끈끈한 사랑 이야기 주저리주저리 매달렸구나. 빈집 2 벽돌담 넓어진 고샅길 끝 후미진 자드락에 비스듬히 흙담집 한 채 담장 너머 목 늘인 감나무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감이 익어가는데 떠나간 주인은 소식이 없고 거미줄로 얽어 둔 구멍 뚫린 바람벽엔 가족들 도란도란 사랑 이야기 주저리주저리 매달려 있다. 빈집 3 벽돌담 넓어진 고샅길 끝 후미진 자드락에 비스듬히 흙담집 한 채 담장 너머 목 늘인 감나무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감이 익어가는데 떠나간 주인은 소식이 없고 거미줄로 얽어 둔 바람벽 틈새로 호롱불처럼 ..

불면의 밤(시작 노트)

이제야 알겠다. 이제야 알았다. 그때 왜 그리하셨는지를. 너도 내 나이 살아보라던 말씀. 나이가 들수록 천둥소리 되어 귓가를 울린다. 이제야 알겠다. 2 이제야 알았다. 그때 왜 그리하셨는지를. 너도 내 나이 살아보면 안다시던 아버지 말씀 나이가 들수록 크게 울린다. 이제야 알겠다. 3 이제야 알았다. 그때 왜 그리하셨는지를. “너도 내 나이 살아봐라” 하시던 아버지 말씀 점점 크게 울린다. 귀는 더 어두워지는데. 늦은 깨달음 4 “너도 내 나이 살아봐라” 그때 왜 그리하셨는지를 이제 알았다. 귀는 점점 어두워지는데 더욱 또렷해지는 아버지 말씀 그래서 그리하셨구나. 늦은 깨달음 5 그래서 그러셨구나 그때 왜 그리하셨는지 이제 알았다. 귀는 점점 어두워지는데 더욱 또렷해지는 아버지 말씀 그래서 그리하셨구나..

징검다리(시작 노트)

징검다리 1 시냇가 여울목을 지나다가 이끼 속에 숨어있는 징검돌을 보았다. 동동 발 종종거리며 겁먹은 아이가 서 있었다. 깜짝 놀라 눈을 감으니 징검다리가 한 줄로 늘어서 있다. 한발 한발 손잡고 건너다보니 그 아이가 환히 웃고 있었다. 징검다리 2 고향 길목 시냇가 여울을 지나다가 이끼 속에 숨어있는 징검돌을 보았다. 희미해진 기억 찾아 눈을 감으니 징검돌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건널까 말까 한 아이가 동동 발 구르며 서 있었다. 그 모습 보고 달려온 친구가 손잡고 하나, 둘 소리 맞춰 건너고 있었다. 징검다리 3 고향 길목 시냇가 여울을 지나다 보니 이끼 속에 징검돌이 숨어있었다. 가물거리는 기억 따라감은 눈앞에 징검돌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징검다리 위에 홀로 선 아이 보고 또래 친구가 달려..

쌀밥 나무 연가

쌀밥나무 연가 한 숟갈 보리밥 물에 말아 배 채우고 등에 붙은 뱃가죽 움키고 멈춘 발길 다랑논 바라보며 우뚝 선 언덕배기 몽실몽실 맺히는 붉은 꽃망울, 가지 끝에 매달려 피고 진 일백 날 보리쌀 위 얹어질 하얀 쌀 한 줌 기다림으로 견디어 낸 허기진 뱃속 매미 소리 위안 삼아 헤아려 온 날들 한알 한알 매달았던 쌀밥 이야기 간지럼 태우며 깔깔거리던 동무들 다 어디 가고 홀로 붉게 타는가. 사무치게 그리운 그때 그 시절 쌀밥나무 연가 2 한 숟갈 보리밥 물에 말아 배 채우고 등에 붙은 뱃가죽 움키고 멈춘 언덕배기 다랑논 바라보며 우뚝 선 쌀밥나무 몽실몽실 맺히는 붉은 꽃망울, 가지 끝에 매달려 피고 진 일백 날 보리쌀 위 얹어질 쌀 한 줌 생각에 기다림으로 견디어 낸 허기진 뱃속 매미 소리 위안 삼아 헤아..

숨은그림 찾기

숨은그림찾기 아스팔트 아스라한 농로 따라 묻혀버린 기억 저편 울퉁불퉁 논틀길 키 넘던 꽃길 가물거리는 기억만큼 가냘픈 언덕바지 코스모스 한 송이 그 시절 그 이야기 숨어있었다. 콘크리트 매끈한 다리 따라 지워버린 흔적 너머 콩닥콩닥 가슴 조이며 건너던 징검다리 안간힘으로 버티며 견뎌온 이끼 낀 노둣돌 하나 그 시절 추억을 붙들고 있다. 벽돌담 반듯한 고샅길 따라 희미해진 추억 더듬으며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걷던 후밋길 무너진 담장 기대고 버틴 뒤안길 초가 한 채 거미줄 길 막고 지키고 있다. 숨은그림찾기 2 아스팔트 포장 밑 감추어진 논틀길 길굼턱 미끄럼 엉덩방아 찧던 길 가물거리는 기억처럼 가냘픈 코스모스 숨어 핀 길섶 둔치 그 시절 감춰진 그림 찾았다. (감춰진 그 시절?) 콘크리트 매끈한 다리 따라..

시작노트 2/사모곡

사모곡 이성교 땅거미가 지도록 밭머리 맴도시며 남기신 손길 가지가 휘도록 곡식은 여무는데 어디 가셨소 비워두기 아깝다며 심어 놓은 논둑 콩은 꼬투리 부풀어 다 말라 터지는데 어디 계시요. 고향 집 구석구석 알뜰한 손길 아직도 또렷이 남아있는데 어머니 당신은 어디 가셨소. 사모곡 2 이성교 땅거미가 지도록 밭머리에 뿌린 씨앗 가지가 휘도록 알알이 여무는데 어머니 당신은 어디를 가시었소. 비워두기 아깝다며 심어 놓은 논둑 콩은 꼬투리 부풀어 다 말라 터지는데 어머니 당신은 어디서 무얼 하시나요. 고향 집 구석구석 알뜰한 손길 아직도 또렷이 남아있는데 어머니 당신은 어디에 계시나요. 사모곡 3 이성교 땅거미가 지도록 굽은 허리 땅 짚고 뿌린 씨앗 가지가 휘도록 알알이 여물고 벼 논길 무릎으로 옮겨 놓은 논둑 ..

시작 노트/배롱나무(느티나무에서 가져옴)

시작노트 428. 「배롱나무」 느티나무 ・ 2022. 2. 11. 10:52 URL 복사 이웃추가 배롱나무​ ​​ ​ 꽃이 피는 것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고 열매를 맺으려면 암수 간에 운우의 정이 필요할 터 ​ 꽃이 하룻만에 지는 것은 싱거웠다는 것이고 열흘만에 지는 것은 오래도록 깊었다는 것인데 ​ 백일이라니 백일이나 저리 붉다니 이제야 이유를 알 것 같다 ​ 백주 대낮에도 껍질까지 홀딱 벗은 몸을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 ​ ​ 배롱나무​(Ver-10)​​ ​ 꽃이 피는 것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고 열매를 맺으려면 깊은 운우의 정이 필요할 터 ​ 꽃이 하룻만에 지는 것은 너무 싱거웠다는 것이고 열흘만에 지는 것은 아주 뜨거웠다는 것인데 ​ 백일이라니 백일씩이나 붉다니 이제야 이유를 알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