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리흰돌문학관

흰돌문학관/타인 칼럼

삼천갑자 동방삭

루스드라 2024. 2. 13. 11:46
장수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동방삭
한마디 말실수는 자신을 죽일 수 있음을 깨달아야
  • 입력 : 2024. 02.08(목) 15:37  화순저널

동방삭(東方朔)은 중국 전한 시대의 문인(BC 1542~93?)으로 해학과 말재주가 좋고 직언을 잘하여 이름을 떨쳤던 실제 인물이다. 속설에 불사약을 가진 선녀인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먹고 오래 장수했다고 하여 ‘삼천갑자 동방삭’으로 알려져 있다. 동방삭은 어렸을 때 부모를 여의고 형 밑에서 독학을 한 수재로서 언변에 능했는데, 특히 회춘의 비법을 조언하여 한무제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삽천갑자란 갑자가 60에 300을 곱하면 18만 년을 넘게 살았다는 뜻이니 동방삭은 그만큼 오래 살았다는 말이 된다. 이는 중국인들 특유의 부풀리기 잘하는 과장이라는 생각이 들고 다른 계산법으로 해석하여 천(千)이 아닌 옮길 천(遷)으로 갑자를 3번 옮겼다고 치면 3에 60을 곱해, 180살을 살았을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차라리 이 계산이 낫다.

동방삭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장수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되었고 우리나라로 건너와서 설화 속의 인물이 되었다. 1969년부터 근 20년간을 웃겼던 MBC TV ‘웃으면 복이 와요’ 코미디 프로에서 귀한 집 외동아들을 오래 살게 하려고 이름을 길게 지었는데 전체 이름을 모두 부르지 않으면 제 명(命)에 살지 못한다고 하여 항상 이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야 했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이렇듯 긴 이름을 가진 뒤 아들이 물에 빠지고 말았는데… 이 긴 이름을 모두 부르고 ‘~가 물에 빠졌다고?’ 하는 식이었다. 어찌나 이름이 길었던지 이름만 부르다가 결국 외동아들을 잃고 만다는 코미디극이었다.

이를 맨 앞에 나오는 김수한무(金壽限無)는 고(故) 구봉서의 실제 외아들 이름으로 작명가가 성은 김(金)이요 수명에 한계가 없이 오래오래 살라는 뜻에서 지어줬다는 웃지 못할 사실이다.

동방삭이 오래 살게 된 계기에 관한 3가지의 전설이 있다. ⓵한 아이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가 30살밖에 살 수 없다는 얘기를 스님으로부터 듣고 오래 살게 할 방법이 없냐고 묻자 저승사자의 명부를 고치면 가능하다고 말을 해 줬다. 어머니는 졸고 있는 저승사자의 명부를 슬쩍 빼내서 30(三十)년을 3천(三千) 년으로 고쳤다고 하는 것과 ⓶불사약인 복숭아를 가진 서왕모(西王母)가 복숭아를 한무제에게 선물하였는데, 이를 본 동방삭이 훔쳐먹어 버렸다는 것, ③한무제에게 오래 살도록 선물로 바친 영생주를 동방삭이 살펴보다가 홀딱 마셔버렸고 이에 화가 난 한무제가 동방삭을 죽이려고 하자 “저를 죽인다면 술이 가짜라는 것이니 저를 죽일 필요가 없고 술이 진짜라면 저를 죽여도 안 죽을 것입니다”하는 특유의 재치를 발휘하여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동방삭에 관한 우리나라의 설화는 또 내용이 다르다.

옛날 두 사람이 위아래에서 논에 농사를 짓고 살았다. 윗논 주인은 소경이고 아랫 논은 30대 총각이었다. 하루는 총각이 소경의 윗논에서 자신의 아랫논으로 물을 몰래 끓여 들었다. 말라버린 논바닥을 손으로 더듬던 소경은 논두렁에 구멍 하나가 뚫려있는 것을 알고는 “아~ 이놈이 30살도 못 살고 죽을 놈이… 양심까지 삐뚤어져서 내 논에서 물을 다 빼갔네?”라고 하였다. 소경의 말을 듣고 총각은 그게 무슨 말인지 물었다. 하도 졸라대자 소경은 오래 살려면 집에 가서 음식을 지게에 가득 가져와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음식을 가득 지고 오던 총각은 비가 억수같이 퍼붓자 다리 아래로 비를 피해 들어가 쉬고 있는데, 저승사자가 셋이 나타났다. 총각은 저승사자들에게 음식을 배불리 먹이고 노잣돈까지 챙겨주자 저승사자들은 총각을 잡으러 왔다가 어찌할지를 논의했고 명부에 점 하나를 찍고 사라졌다. 총각은 이로 인해 죽음을 피하고 오래 살게 되었는데 이름이 삼천갑자 동방삭이었다.

이를 알게 된 염라대왕이 대장 저승사자인 강림도령에게 동방삭을 잡아 오라는 명을 내렸다. 꾀가 많은 동방삭을 잡기 위해 강림도령은 냇가에 가서 열심히 숯을 씻고 있었다. 사람들이 “뭘 하느냐?”고 물으면 “숯을 씻어서 하얗게 만들려고 한다.”고 대답했다. 하루는 지나던 동방삭이 묻자 역시 같은 대답을 하였더니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하자 강림도령은 금세 동방삭임을 알고 잡아서 저승으로 데리고 갔다는 우리 설화의 내용이다. 그 후 숯을 씻었던 이 하천을 탄천(炭川+숯내, 검내)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탄천은 현재 성남시의 중심을 지나 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몇 년 전부터 성남시는 <삼천갑자 동방삭과 탄천 이야기>로 동화책을 제작했고 탄천 종합예술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결국, 오래 살았던 동방삭도 순간적인 말 한마디 실수하여 저승사자에게 잡혀 객사(?)한 셈이다. 비록 전설이라 해도 우리 선조들의 해학과 재치가 놀라울 뿐이다.

‘삼천갑자 동방삭도 저 죽을 날을 몰랐다’라는 속담은 제아무리 현명해도 자기 운명은 모르며 한마디 말실수는 자신을 죽일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