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문학 34집 특집 원고>
화순선 탄광 역 3
이성교
검은 흔적 남기고 멈춘, 화순선 녹슨 기찻길
복암, 장동 두 역에서 석탄 싣고 달리던 기차를
탄 차라 불렀지
하루 두 번 객차 달고 달릴 때마다 북적이던 대합실,
떨어져 나간 문짝, 널브러진 잔해들 사이로
탄가루 묻은 바가지 모자 하나, 나무 의자 위에 앉아
수북수북 쌓인 먼지 속으로 묻히는 그리움
천운장 극장₁₎ 북새통은 남가일몽 이런가.
검은돈 가루라 부르며 석탄 싣던 화순선 탄광 역
신나게 달리던 화물칸만큼
가난한 서민의 돈줄이었던 화순 탄광
막장에서 일하시던 동발꾼 친구 아버지 퇴직하던 날
석작₂₎ 하나 가득 받았다는 퇴직금 소문 듣고
시기심이 반 질투심이 반으로 부러워했었지.
광부들의 애환이 녹슬어 있는 화순선 폐선로
뜬금없는 비보 받고 집으로 달려간 아이
홑이불로 가린 아버지 앞에 두고
통곡하는 어머니 곁에 선 초점 잃은 눈동자에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이 드리워진 그때도
석탄 실은 기차는 쉬지 않고 달렸지.
모녀의 타는 애간장 탄가루에 날리며
₁₎천운장 극장은 마을 이름을 따와 부른 것으로 공식 명칭은 ‘대한 석탄 공사 화순 광업소 복지 문화관’이다. 천운장 극장은 화순 광업소에서 1㎞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였다.
₂₎석작은 가는 대오리를 엮어 만든, 뚜껑이 있는 네모난 상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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