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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주석 자리를 맡기고야 말겠다.

루스드라 2021. 12. 11. 10:56

‘너에게 주석 자리를 맡기고야 말겠다’

2021.12.06 15:39 입력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예부터 임금 자리는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제왕의 자리는 보통사람이 맡아서 감당할 만한 만만한 위치가 아니다. 우리는 무능한 왕(대통령)이 통치하는 나라가 얼마나 불행했는가를 역사를 통해 여러 번 겪은 바 있다.

 

고대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되는 요와 순(堯舜)은 자기 자식이 아닌 훌륭한 인재를 찾아 선위(禪位)했다. 요임금 시대 백성들은, 임금이 있어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살만큼 평안한 삶을 구가했다. 

 

당시 하남성 기산이란 곳에 은거해 살던 허유(許由)와 소부(巢父)의 이야기는 오늘날도 흥미롭게 회자된다. 그들은 인위적인 세상을 싫어하며, 유유자적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도가(道家)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특히 허유는 바른 자리가 아니면 앉지 않았고, 부당한 음식은 입에 대지 않았으며, 오직 의(義)를 쫓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요임금이 나이가 들어 왕위 선양(禪讓)을 위해 후임자로 점찍은 인물이 당대의 최고 은자 허유였다. 하루는 요임금이 잠행을 나가 허유를 만나 간곡히 요청했다. “허공! 내 평소에 그대의 명성을 듣고 흠모를 해왔소. 청컨대, 백성을 위해서 내 뒤를 이어 임금의 자리를 맡아 주시구려.”

 

고결한 삶으로 세상의 권세와 재물을 멀리했던 허유에게 요임금의 부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속세를 멀리한 제가 제왕이 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입니다.” 간신히 요임금의 부탁을 뿌리친 허유는 귀가 더럽혀졌다고 여기고, 영수라는 물가로 가서 열심히 귀를 씻어댔다.

 

마침 현인 소부가 송아지를 끌고 와서 물을 먹이려다, 이 모습을 봤다. “여보게 허공! 여기서 뭘 하는가?”. “임금이 날 찾아와서 자신의 뒤를 이어 임금 자리를 맡아달라고 하질 않겠나. 그래서 더러워진 귀를 씻고 있는 걸세.”

 

“아니 어떻게 처신을 했으면 임금이 찾아왔겠는가? 그대가 자연 속에 숨어 산다는 소문을 퍼트렸으니, 그런 더러운 말을 듣는 걸세.”

 

소부는 혀를 끌끌 차더니, 송아지를 끌고 산 위쪽으로 길을 재촉한다. 이를 본 허유가 소부에게 묻는다. “여보게! 왜 송아지를 물도 먹이지 않고 길도 없는 산으로 가는 것인가?” “이 사람아! 그대가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우리 송아지에게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소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부귀와 명예, 권력에 초연하여 자신의 참 인생을 살아가려는 사람에게는 천하의 제왕 자리라도 한낮 굴레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중국 최고 통치자였던 장쩌민과 양상쿤 주석, 리붕 총리 등이 차를 타고 길을 가고 있었다. 이때 덩치 큰 코끼리 한 마리가 일행의 앞을 가로막고 비켜주지 않았다. 먼저 리붕이 코끼리에게 다가가서 호통을 쳤다. “저리 비켜라. 빨리 비켜나지 않으면 계엄령을 선포하겠다.” 

 

그래도 꿈쩍을 하지 않자, 천안문광장 시위대를 탱크로 진압했던 양상쿤이 나섰다. “이놈! 냉큼 비켜나지 않으면, 탱크를 몰고 와서 밀어버리겠다.” 

 

두 사람의 엄포에도 꿈쩍을 하지 않자 장쩌민이 직접 나섰다. 코끼리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무슨 말인가를 하자, 코끼리는 고개를 저으며 잽싸게 비켜섰다. 

 

양상쿤과 리붕이 “주석님! 도대체 코끼리에게 무슨 말을 하셨기에 저리 잽싸게 비켜서는 것입니까?” “내가 특별한 말을 한 것은 아니요. 다만 ‘코끼리 네가 만약 길을 비켜서지 않으면 너에게 중국 주석 자리를 맡기고 말겠다’고 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두 가지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요즘 정치꾼들의 행태를 보면서, 씁쓸한 마음에 횡설수설 떨어 본 수다이다. 

<새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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